
일본에서의 두 번째 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일본 생활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도 일본에서 6년이라는 시간을 보냈고, 일본 회사에서 직장 생활도 경험했다. 그러니 이번 일본행은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웠던 첫 번째 일본 생활과는 조금 달랐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했을 때는 이곳에서의 삶이 조금 더 다채로워질 거라고 기대했다. 익숙한 나라지만 새로운 도시에서 시작하는 생활이니, 이전과는 다른 일상이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무료함이 찾아왔다.
처음 일본에 왔을 때 느꼈던 설렘은 없었다. 생활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익숙한 환경에 금세 지루함을 느끼는 나 자신이 조금 놀랍기도 했다.
아는 맛이 새롭거나 다채로울 수 없듯이, 다시 시작한 일본 생활도 생각보다 빠르게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출근하고, 퇴근하고, 주말을 기다리는 생활.
익숙한 곳에서 다시 느낀 무료함
문득 이 무료함이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일본에서 6년을 살았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어쩌면 여행자의 마음으로 일본에 살았던 것 같다. 외국에서 생활한다는 사실 자체가 특별하게 느껴졌고, 그 특별함이 사라진 뒤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랐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지도 못한 채 비슷한 일상을 반복하다가, 코로나를 계기로 한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이번에는 조금 더 주도적으로 뿌리내리기
이번에는 단순히 일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조금 더 주도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
여전히 이방인이라는 느낌은 남아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보다 그 안에서 어떤 일상을 만들어 갈 것인지에 더 관심이 생겼다.
그 변화는 생각보다 사소한 것들에서 시작됐다.
꾸준히 헬스장에 가고 수영을 하면서 운동을 생활의 일부로 만들고 있다. 특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몸을 움직이고 건강을 돌보는 시간을 내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매달 인스타그램에 나만의 작은 잡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의 일상과 관심사들을 모아 잡지 형식으로 편집하는 작업이다. 그저 지나갔을 평범한 순간들도 무엇을 기록할지 생각하며 돌아보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무엇보다 내가 직접 만들고 꾸준히 쌓아 간다는 사실이 즐겁다.
특별하지 않은 날들을 특별하게
여전히 평일에는 회사에 가고, 퇴근하면 하루가 거의 끝나 있다. 주말은 짧고,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이 훨씬 많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자체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환경이 바뀌어야만 내 삶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외국에서 산다는 사실이 내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사느냐보다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가까웠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살아가는 이 평범한 환경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고 싶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작은 즐거움들을 기록하는 것.
어쩌면 이번 일본 생활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그런 것들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일상을 기록하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동안 멈춰 두었던 블로그를 다시 열어 보려고 한다.
이전에는 일본에서 경험한 특별한 일들을 기록하고 싶었다면, 이제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 내가 발견한 것들을 남겨 보고 싶다.
앞으로 이곳에는 일본에서의 생활과 일, 주말의 풍경, 새롭게 시도하는 일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생각들을 천천히 기록할 예정이다.
두 번째 일본 생활도 어느새 1년.
여전히 어찌저찌 살아가고 있지만, 이번에는 그 하루하루를 조금 더 내 방식대로 채워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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